보드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 성배처럼 여겨지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브라스 버밍엄으로, 현재 보드게임긱(BGG) 전체 순위 1위, 평점 8.5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데요. 산업혁명기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깊이 있는 경제 시스템과 치밀한 전략성, 그리고 매 판마다 달라지는 전개가 특징입니다.
브라스 버밍엄, 어떤 게임인가

사진 출처 (boardm)
2018년 캐나다의 록슬리 게임즈에서 세상에 선보인 브라스 버밍엄은 경제 전략 보드게임의 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디자이너 마틴 월리스가 자신의 2007년 명작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2~4명이 즐길 수 있으며, 한 판에 60분에서 120분 정도 소요됩니다. 난이도는 3.87점으로 결코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상도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과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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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배경은 1770년부터 1870년까지 산업혁명기 영국의 버밍엄 지역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시기 기업가가 되어 운하와 철도를 건설하고 산업을 일으키죠. 게임은 크게 운하 시대와 철도 시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각 시대가 끝날 때마다 점수를 계산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라스 랭커셔와의 관계
많은 분들이 브라스 버밍엄이 단순한 스핀오프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2007년 출시된 원작 ‘브라스’는 2018년 ‘브라스 랭커셔’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되었고, 동시에 버밍엄 버전도 함께 세상에 나왔습니다. 버밍엄은 맵만 바뀐 게 아니라 게임 시스템 자체가 진화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맥주라는 새로운 자원의 등장입니다. 도자기와 제조공장 같은 신규 산업도 추가되어 전략의 폭이 훨씬 넓어졌죠. 랭커셔 버전보다 복잡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전략적 깊이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록슬리의 게븐 브라운과 매트 톨먼이 공동 디자인에 참여하며 원작의 정수를 살리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BGG 1위를 차지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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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버밍엄의 매력은 전략의 깊이에 있습니다. 매 턴마다 플레이어는 6가지 액션 중 2개를 골라야 하는데, 이 선택이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건설, 네트워크 확장, 개발, 판매, 대출, 정찰 중 어떤 조합을 택할 것인가, 이 고민 자체가 게임의 핵심이자 가장 큰 즐거움이죠.
자원 관리 시스템도 특별한데, 석탄, 철, 맥주 세 가지 자원은 각기 다른 소비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석탄은 연결된 탄광 중 가장 가까운 곳부터 사용해야 하고, 탄광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합니다. 이런 디테일이 쌓여 엄청난 전략적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독창적인 경제 시스템
브라스 버밍엄을 대표하는 건 단연 맥주 시스템입니다. 방직소, 제조공장, 도예공방에서 생산한 상품을 판매하려면 반드시 맥주가 필요합니다. 산업의 바퀴에 기름을 치는 셈이며, 이 때문에 양조장을 언제, 어디에 건설할지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전략 포인트가 됩니다.
운하 시대 초반에 2단계 이상 양조장을 지어두면 철도 시대까지 안정적으로 맥주를 공급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양조장 건설에 자원을 투자하다 보면 다른 산업 발전이 늦어지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이런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 게임을 긴박하게 만듭니다.
네트워크 건설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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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와 철도는 단순한 연결 수단이 아닌, 점수 계산 방식 자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운하 시대에는 연결된 산업 타일의 가치가 높고, 철도 시대에는 네트워크 자체가 고정 점수를 가져다줍니다.
게임의 중심 지역인 버밍엄은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4칸의 건물 공간과 8개의 네트워크 연결점을 가진 이곳은 최대 7점까지 받을 수 있는 황금 지대죠. 버밍엄을 장악하면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가기도 쉽고, 길막을 당할 위험도 적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버밍엄을 노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누군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우회로를 뚫어야 하는데, 이게 또 상대에게 점수를 안겨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죠. 길막과 협력 사이의 줄타기, 이것이 바로 브라스 버밍엄의 백미입니다.
마틴 월리스, 경제 게임의 대가
브라스 버밍엄의 탄생 배경을 이야기하려면 디자이너 마틴 월리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62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역사학을 전공했고, 이 학문적 배경이 게임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아있어요. 2007년 발표한 원작 ‘브라스’는 ‘에이지 오브 스팀’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월리스의 게임은 역사적 고증과 정교한 시스템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경제 게임 분야에서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단순한 자원 교환을 넘어 실제 경제 원리를 게임에 녹여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버밍엄 버전에서는 록슬리의 게븐 브라운, 매트 톨먼과 협업하며 원작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입문자가 알아야 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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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플레이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얼마나 점수를 내야 하나”입니다. 운하 시대가 끝났을 때 40점 전후면 괜찮은 편인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양조장 조기 건설이 핵심 요인일 때가 많습니다. 1라운드에 대출을 받고 2라운드에 버밍엄과 연결하며 들어가는 전략이 안정적이에요.
도자기는 막대한 점수를 주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신중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제조공장은 상대적으로 건설이 쉬워 초보자에게 추천되죠.대출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무턱대고 대출을 받으면 수입이 줄어들어 후반에 고생하지만, 적절한 시점의 대출은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철도 시대에 진입했을 때의 전략
철도 시대에 접어들면 게임 양상이 완전히 바뀝니다. 운하 시대 산업과 네트워크는 모두 제거되고 새 출발을 하게 되죠. 이때부터는 철도망 확장과 고급 산업 건설에 집중해야 합니다. 게임 종료 시 120~150점이면 승리권인데, 상대방이 건설한 자원을 적극 활용해 그들의 건물을 뒤집게 만드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최종 라운드가 다가오면 점수 계산을 역산하며 플레이하는 게 중요합니다. 네트워크 연결 하나하나가 점수가 되기 때문에 어떤 경로로 이을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죠.
글을 마치며
영상 출처 (walhyang85)
브라스 버밍엄은 전략성, 경제 시스템, 역사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보드게임계의 걸작입니다. 난이도 3.87이라는 높은 진입장벽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벽을 넘는 순간 얻게 되는 지적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매 판마다 달라지는 전개, 상대와의 미묘한 심리전, 그리고 완벽하게 짜인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BGG 전체 순위 1위라는 타이틀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플레이하는 순간 깨닫게 됩니다.
전략 게임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브라스 버밍엄은 반드시 한 번쯤 경험해봐야 할 명작입니다. 산업혁명기 버밍엄의 기업가가 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는 경험, 그 특별함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